임대료를
올리는 것

시리즈

공간을 채우다

에피소드

02 / 05

Date

2026. 10

Writer

김채우 — CHAEWOODA Director

하드웨어 투자의 한계

공실이 길어지면 많은 건물주가 리모델링을 검토합니다. 외벽을 정리하고, 공용부를 손보고, 엘리베이터를 교체합니다. 효과가 없진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 돈만 있으면 누구나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옆 건물도 같은 자재로 같은 공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드웨어 투자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방어에 가깝습니다. 차별화가 아니라 유지 비용입니다.

반면 어떤 브랜드가 그 공간에 들어오는가는 복제되지 않습니다. 그 임차인이 만드는 손님의 흐름, 건물에 생기는 인상, 주변에 미치는 영향은 공사로 살 수 없습니다.

임대료의 상한선은 임차인의 매출이 정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주 잊힙니다. 임차인이 벌지 못하면 임대료는 오르지 않습니다. 계약서상 인상률을 아무리 써놔도, 매출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국 공실이거나 체납입니다.

그래서 임대인과 임차인은 제로섬이 아닙니다. 임차인이 잘 되는 것이 임대인의 자산가치를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임대차 관계가 "임대료를 받는 관계"에서 멈춘다는 점입니다.

브랜드가 있는 임차인의 가치

채우다는 스칼프디자인센터의 브랜딩을 2022년부터 맡아, 로고와 CI부터 상담 서식, 홈페이지, SNS, 제품 패키지, 그리고 가맹 지점용 브랜드 가이드까지 설계했습니다. 그 사이 이 브랜드는 1개 센터에서 33개 지점으로 확장했습니다.

각 지점이 들어간 건물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단순한 임차인이 아닙니다. 브랜드 가이드에 따라 사이니지가 통일되어 있고, 자체 고객을 데려오며, 본사가 지점 운영을 관리합니다. 건물 입장에서 예측 가능하고, 오래 머물고, 건물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는 임차인입니다.

반대로 브랜드가 없는 임차인은 매출이 간판과 전단에만 의존합니다. 그 매출은 변동이 크고, 변동이 크면 임대료 협상도 불안정해집니다.

비용 구조가 다르면 임대료 여력도 다르다

채우다는 프렌즈코인노래연습장의 프랜차이즈 사업과 오프라인 고객 경험, 서비스 자동화를 직접 운영해 왔습니다. 무인·자동화 중심으로 설계된 공간은 인건비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같은 매출이라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건물주 입장에서 이것은 중요한 함의를 갖습니다. "얼마를 쓸 수 있는 임차인인가"는 업종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그 업종이 그 공간에서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같은 평수에 같은 업종이라도 운영 모델에 따라 지불 능력이 달라집니다.

정리

리모델링은 건물을 경쟁선상에 올려놓을 뿐입니다. 임대료를 실제로 끌어올리는 것은 그 공간에서 돈을 버는 콘텐츠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비싼 상권을 사는 대신 목적지를 만드는 전략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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